"난 외모를 따지지 않는줄 알았다"


삼십남이 최근 소개팅을 연달아 했다. 일만 하다가 연애 세포가 다 죽는거 같아서 설레임을 느껴보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지인이 잘 어울릴것 같다고 소개팅을 주선했다. 고민됐지만, 일단 만나보기로 결정. 전화번호를 받고 연락을 하고 속전속결로 다음날 만났다.


사진도 안 보고, 나이도 묻지 않고 이름과 전화번호만 묻고 만났다. 난 쿨하니깐. 그런거 전혀 따지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소개팅을 잘 모르니깐 이런거다.





"강남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장소는 예전에 한 번와봤던 조용한 카페. 오랜만에 소개팅이라 스테이크를 썰고, 파스타를 먹었다. 사람들도 많이 오는 곳이 아니라 조용하게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일단 첫인상은 좋았다. 나보다 어리고, 이야기를 잘 경청했다. 나는 점점 그녀와 이야기 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끼며 몸을 앞으로 다가갔다.


날이 너무 더워 하루종일 쩔어있던 몸을 이끌고 간거라 그녀의 눈에는 피곤한 아저씨로 보였을지도.


무튼 대화도 잘 통했고, 공통점도 제법 있었다. 일하는 분야와 종교, 성향이 비슷했다. 그래서 친구가 소개시켜준듯하다.


소개팅 하는 순간이 즐거운 한편 속으로 잰거 같다. 이 분을 만나야 하는건지. 그 이유는 아주 아름답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유를 몰랐는데 곰곰히 생각했다. 왜 나는 고민을 한 건지.


결론적으로 고민은 쓸데 없었다. 잘 헤어진 뒤 그녀가 다음날 내 카톡을 읽씹했고, 나느 일주일 동안 그녀가 머리속에 떠나지 않았다.


내가 뭘 잘못했다기 보다, 나는 그녀에게 매력이 없었던 것이다. 어필을 못할걸지도. 그리고 나도 나름대로 그녀를 판단했고. 판단하지 않겠다던 쿨함은 소개팅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녀는 나에게 과분한 외모와 성격의 소유자였다. 괴팍하다기보다는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다. 


소개팅을 하면서 그동안 내가 모르고 있던 이면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짧은 헤어짐에 대한 힘든것도 있었고. 소개팅 전날 설레임과 소개팅 후에 설레임 등이 부가적으로 주어졌다.


서른살이 넘으면 외모를 점점 더 따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된 소개팅이다. 이후 나는 한 번의 소개팅을 더했다. 그리고 확실히 내가 외모를 따진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리고 지금은 소개팅을 안한다. 잠시 쉬는걸지도.




Posted by Goodl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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